침뜸의 해방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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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술은 생활의술과 전문의술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생활의술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병증을 고치고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의술이라 할 수 있는데, 자연의술이나 민간의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문의술은 전문적으로 병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사람에 의해 형성된 의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학문의술이나, 제도의술, 귀족의술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경계는 모호하여 어디까지가 생활의술이고 어디가지가 전문의술인가에 대해서는 시대나 사회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전통의술, 생활의술, 자연의술이 전문화되고 학문화되어 전문의술로 발전됐다고 할 수 있다.
 
 □ 침뜸은 민간의술이다

 침(鍼)과 뜸(灸)의 기원은 인류의 원시사회에서 비롯된다. 그 기원이 적어도 수천 년 혹은 수만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의술이다. 자연적으로 생겨난 전통적 요법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생활의술로서의 특성을 갖고 있다. 현재도 침구요법은 임상각과에 걸쳐 활용범위가 넓으며, 비교적 효과가 빠르고, 매우 경제적이고, 시술이 간편하고,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 특징이 있는 것으로 침구요법의 특징이 요약된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배운 만큼 활용할 수가 있다.
침구술은 민간에 퍼져서 전승되어 왔다. 생활의술로서의 침구술은 학문적으로 체계화되고, 전문적으로 발전하면서 그러한 성과가 다시 직접적 전승이나 서적을 통하여 민간의 생활 속으로 다시 스며드는 경향도 있게 된다.
허임 침구학은 전문화의 길을 걸어온 전문의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문화된 침구술이 다시 『침구경험방』이라는 실용적인 서적으로 편찬이 되어 다시 광범위하게 생활 속으로 퍼져 나갔다. 『침구경험방』간행취지로 쓴 이경석의 발문도 도 이런 맥락에서 쓰였다.
이렇듯 전통의술인 침구요법은 생활의술->전문의술->생활의술->전문의술 … 의 경로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 서세동점(西勢東漸)시대에 동양의 정통요법인 침뜸이 서양의학에 밀려 조선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비주류 요법으로 전락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오늘날도 여전하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는 해방 후 침구사도 의료집단간의 업권경쟁에서 밀려 제도권 내에서 침구전문업종으로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민간침구인들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반복되어 전통침구술은 명맥을 잇기도 어려울 정도의 수난을 겪어오고 있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자라온 전통요법은 질경이 같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아무리 밟아도 다시 살아난다.
조선시대 실록에서 임금에 대한 침구치료 장면 기록을 보면 의관은 아니지만 내의원 제조와 부제조 등 조정 관료들도 경혈과 경락 등 침구학에 상당한 지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오늘날 침뜸 도구는 조선시대와 비교해서 훨씬 편리하고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침의 종류도 대단히 다양해 졌고, 뜸의 형태도 여러 가지로 개발되어 있다. 앞에서고 언급했지만 침이나 뜸의 재료나 도구의 개발방향은 효과는 유지하면서도 활용하기 쉽고, 안전하한 쪽으로 나아왔다. 곧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쪽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무교육의 확대로 조선시대와는 달리 사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지식인이 되어 있어 인체에 대한 교양의 정도가 상당 수준에 이르러 있다. 약간의 해부학적인 지식과 안전에 대한 교육만 있으면 침구술은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지근거리에 있는 민간요법이 될 수 있다. 거기다가 정보통신의 발달로 침구에 관한 정보가 널려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경락과 경혈에 정보를 무한정 접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정보는 공유되고 있다. 침구학과 같이 실용성이 뛰어 난 경우는 더욱 급속도로 생활 속으로 파고 들 수 있다. 이것은 대세이다. 인류사의 큰 흐름에 역행하여 어느 특정 집단만이 이 전통요법을 독점할 수는 없는 시대이다. 실제로 인터넷을 접속하면 경락과 경혈에 관한 정보가 넘쳐난다. 그리고 침구요법과 관련한 책자도 계속 출판되고 있고, 대중적으로 알아보기 쉽게 만들어진 책들을 어디서든 접할 수 있다.
조선시대 조정에서 영의정을 지낸 유성룡이 임진왜란 직후 의학입문의 침뜸 부분을 정리하여 침구요결이라는 책을 펴내면서 “침과 뜸은 효험이 빠르니 향리(鄕里) 사람으로 침놓는 법을 거칠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처방을 살펴 혈자리를 구하면 스스로 가히 병을 치료할 수 있어 번거롭지 않아도 된다”라고 하고, “장차 언해로 번역해 내어 우매한 아낙네라도 가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침뜸을 백성들의 생활의술로 자리 잡도록 하려고 했다.
유성룡 시대에 비하면 지금은 천지가 개벽했다고 할 정도로 침구의 도구는 발전했고, 사람들의 교양 수준은 높아졌다.
『침구경험방』의 발문에서 “침놓는 것과 뜸뜨는 것은 구비하기가 쉬우면서도 그 효과는 매우 빠르니 그 처방을 얻어서 증세에 따라 치료하면 집집마다 신의 의술을 만날 수 있으니 그 구제하는 바를 헤아릴 수가 없다”고 강조한 것처럼, 침구는 이제 마땅히 ‘세상이 공유하여’집집마다 전해질 수 있는 시대적 상황이 되었다.
침구학의 기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 생활건강관리에 활용하도록 하는 것은 조선시대만이 아니라 오늘날도 국가적으로 대단히 뜻 깊은 사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생활의술로서 침구술이 국민들 사이에 널리 애용되고 있을 때 제도권 내에서 전문적 영역도 자리를 잡아 발전할 수 있고, 학문의 깊이도 더해 질 수 있다. 이것은 민간전통의술이 갖고 있는 특징이다.
역대 정권이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반세기 이상 강력한 단속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침뜸은 생활요법으로 뿌리깊이 자리를 잡아 생활의술로서의 명맥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여 침뜸으로 좋은 효과를 보이는 노인성 질환이 만연하고, 현대 문명이 가져온 각종 질병으로 자연치유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침뜸은 다시 서민들의 생활 속으로 확산되고 있다.
침뜸은 백성들 생활 속에서 발전해 온 전통 민간의술이다. 민족의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민족의 구성원들이 전통적 생활 가운데서 써오던 의술을 수렴해 내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 서민생활 현장에 침구사 배치

 21세기 한국 침뜸의 발전을 위해서 해야 할 조치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우선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시행하지 않은 민간 침구인들을 검증하여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동시에, 침뜸을 전문으로 시술하는 인력을 대규모로 양성하는 일이다.
침뜸 수요가 폭증하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2~3년 정도의 전문대학 과정에서 침구사들을 대거 양성하는 일은 21세기 고령사회 보건의료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의사 쪽에서는 6년을 공부하는 한의사들이 있기 때문에 따로 침구 시술자를 둘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의대 교육기간 6년이 전부 침구교육이 아니다. 침구학 관련 교육 시간은 한의사 쪽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1천4백 시간 내외이다. 2~3년제 전문대에서 배우는 시간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침구대학과 한국의 한의대 교과 과정을 비교하면 2~3년 정도의 교육만으로도 양질의 침구사를 양성해 낼 수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비용과 시간은 많이 들어도 침구술에는 서투른 인력을 양성해 내느냐, 최저 비용 및 최단 시간을 투자하여 침뜸술에 능한 인력을 배출해 내느냐 하는 결정만이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는 침구사 제도 대신에 한의사 전문의 제도로 침구전문한의사를 최근부터 배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 과정을 거쳐 침구전문한의사가 되는 수는 연간 기껏해야 몇 십 명 수준. 그 정도의 의료귀족으로는 국민의 침뜸치료욕구를 해소할 대안이 될 수 없다. 전문의가 되기까지의 비용은 환자와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침구와 한약을 함께 활용하게 하는 한, 노력에 대비한 수입의 규모에 있어 침뜸이 한약에 밀릴 수밖에 없어 제도권 내에서 침구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본주의 상업 의료에서 침구전문한의사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한약에서 수입을 올리고 침구는 보조수단으로 할 수밖에 없는 한의사일 뿐 올바른 침구사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당나라 때부터 침구분야는 약 처방 분야와 구분하여 전문화시켜 운용해왔다. 침구의학은 침뜸만으로 몸 전체의 질병을 다스릴 수 있는 하나의 체계를 갖춘 독립적인 의술로 본 것이다. 천 년이 넘게 이어져 내려온 전문침구의 제도는 침구술의 독창성과 전문성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이와 같은 제도적 장치와 배려는 오늘날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침뜸은 백성들 생활 속에서 발전해 온 전통 민간 의술이다. 민간 의술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려면 우선 민간 침구인 검정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여 검증된 민간 침구인은 제도권 침구 교육 과정에서 임상을 전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어 정통 침뜸의 맥을 잇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이 중의학을 세계화시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60년대부터 시작한 재야 의료인들을 발굴하여 제도권 내로 흡수, 이들의 의술을 검증하고 체계화하여 발전시킨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이 어려운 경제사정 속에서 가장 효과적인 의술로 침뜸을 요긴하게 쓰게 된 것은 50년대부터 민간 침구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활동하도록 해 온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고령화 사회의 의료 수요를 가장 효과적으로 흡수할 방법으로 침구를 채택할 수 있는 것도 20세기 초반부터 민간 침구인을 지방자치단체에서 꾸준히 발굴하여 활동하도록 만든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 고령사호l 노인건강 지킴이로

 노인환자들은 대개 2~3가지의 질병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만성퇴행성질환으로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을 비롯한 심혈관계의 질환, 뇌졸중을 위시한 뇌혈관계 질환 등의 대사장애성질환 및 퇴행성 골관절증 등 만성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노화과정인 생리적 현상에 기인한다. 이들 노인성 질환에는 침뜸이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침뜸의학적으로 볼 때 노인들은 일반적으로 기혈순환이 원활하지 못해서 생기는 증상이 많다. 침과 뜸은 기혈의 통로인 경락과 경혈을 자극하여 몸 전체의 기혈 순환을 돕고 면역력을 증가시키며 균형을 회복하여 주는 의술이다. 자연회복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는 수술이나 약제의 사용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약이나 수술 방법을 쓰지 않고 몸의 기운을 회복하고 균형을 잡아주는 침뜸의학은 노인들에게 더 없이 훌륭한 자연치유 의술이다.
노인들의 질환은 대부분 만성질환이다. 옛 고전에서도 오래된 병에는 뜸이 제일이라고 했다. 만성질환으로 치료가 어렵다는 당뇨병과 각종 심혈관계 질환은 물론 치매예방에도 높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침뜸이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급증하는 노인들의 질환으로 뼈마디(주로 허리, 무릎, 어깨 등) 부위의 질환이 많다. 이 경우에도 침뜸은 탁월한 효과를 발휘 한다. 특히 노인들은 여러 가지 통증을 호소한다. 이 경우에도 약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같은 것을 걱정하지 않고 진통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침뜸이다. 한약에 비해서도 훨씬 간편하고, 재료비가 거의 들지 않으며 특히 뜸은 가정 민간요법으로도 널리 활용할 수 있어 의료재정난 해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 조사․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고령자의 침구활용으로 △ 신체적 고통의 개선을 통한 일상적 신체활동의 개선 △ 하지지지력과 자세의 개선(안정성 향상) △ 피로․수면․식욕의 개선 △ 기분의 개선(정서적 안정) △ 배뇨ㆍ배변의 개선 △ 뇌기능의 개선(지력감퇴의 개선) △ 일시․요일 등에 대한 관심(생활리듬 유지) 등 많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검증되었다.

급속한 고령화시대에 최적의 보건정책

총 인구 중 65세 이상의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7%가 넘어서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라고 한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이어서 고령사회 진입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 치달을 것이라고 한다고 한다.
고령화 대책 중에서 핵심적인 사항이 의료문제이다. 노인은 면역성이 약해 질병에 걸리기 쉽고 병에 걸리면 만성화되기 쉬우며 다른 합병증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높고 신체 각 부분이 동시에 병에 걸리기 쉽다. 하지만 노인들은 의료요구에 비하여 병원을 이용하는 비율이 저조한 편이다. 늙어서 생긴 병이라 어쩔 수 없다고 여기거나, 치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질환은 대체로 의료비는 많이 들어가는 반면, 치료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최근 10년 새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가 3배 이상 늘고 노인의료비는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고령화 시대의 의료비 지출급증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저비용 고효율의 침구술을 널리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시급히 요망된다. 특히 뜸요법은 배우기 쉽고 시술이 간편하며 부작용이 없어 가정건강요법 또는 자가 건강요법으로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다. 침과 뜸을 널리 보급하여 의료비 절감과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도록 제도를 시급히 정비해야 할 것이다.

 □ 농민의술 침뜸 살려 다시 ‘초고령’ 농촌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백 년 전 아니 8·15 해방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소불알처럼 큰 주머니를 허리띠 앞쪽에 매달아 그 주머니 속에 여러 가지 침들을 넣어 두고, 왕진을 요청하면 밤낮 없이 산과 강, 논두렁, 밭두렁 가리지 않고 환자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을 의원의 해야 할 일로 생각하였다. 이들 의원은 침쟁이라고 불리는 농민의 건강지킴이였다.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이들 의원에게 보리 추수 때 보리, 벼 추수 때 벼를 형편이 닿는 대로 모아서 고마움의 뜻을 전한다. 그런 형편도 안 되는 사람은 그 집일을 도와주어 품으로 보답을 했다. 우리 농촌에서 있었던 전통적인 의료보장제도였다.
이렇듯 침뜸은 원래 농민의술이다. 침구사는 이동병원이요 종합치료기관이기 때문에 어디든 갈 수 있고, 한줌의 침과 뜸쑥만 있으면 어디서든 치료가 가능하다. 별다른 장비가 특별히 필요하지 않고 저비용 고효율인 침뜸은 농민들에게 딱 알맞은 의술이다.
현재 우리 농촌에는 65세 이상의 노인이 21%로 도시보다 4배나 많다. 이미 농촌은 초 고령사회이다.
농촌에서는 특히 만성질환과 농부증이 우선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농부증으로 어지럽거나 몸이 붓고, 피로하고 숨이 가쁘기도 하고 심장이 심하게 뛰는 경우에도 침뜸이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침뜸을 농민들의 생활 가까이에 둘 수 있도록 하면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는 물론 시설하우스 등 특수환경에서 장시간 노동함으로써 발생하는 농부증 등을 예방·치료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농민들은 들판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응급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치료 장비가 간편한 침뜸은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데도 탁월하다. 옛날부터 일침이뜸삼약 또는 일뜸이침삼약이라고 하여 우선 환자가 있으면 침이나 뜸으로 치료를 하고 나중에 약으로 치료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농민들에게 침뜸이 필수적이다. 농사일 과정에서 생기기 쉬운 허리와 팔다리 관절부위의 질환에 침뜸의 효능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수술을 않고 치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발을 삐었거나 허리를 다쳤거나 타박을 당했을 때 침은 곧바로 효과를 낸다. 벌에 쐬거나 지네에 물렸다거나 어떤 독사에 물렸을 때는 물린 자리에 즉시 뜸을 뜨면 해독효과가 탁월하다. 중풍으로 스러졌을 때도 침뜸으로 즉각적인 조치를 하면 위기를 넘긴다. 농약에 중독되어 혼수상태가 되었을 때도 우선 응급으로 침뜸치료를 하고, 병원으로 후송하면 생명과 건강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만성화된 농약중독에도 뜸으로 해독을 시킬 수 있다. 농민들에게는 특별한 질병이 아니라 과도한 노동으로 생기는 신체적인 피로가 쌓이기 쉽다. 이를 해소하는데도 뜸은 큰 몫을 한다.
특히 뜸은 뜸자리만 잡으면 집에서도 할 수 있으므로 상술의 측면에서 보면 돈이 거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천시하여 제도권의료에서 사라지다시피한 의술이다. 그러나 뜸은 탁월한 서민의술이다. 이에 따라 농촌에서 뜸요법의 활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저비용․고효율의 침뜸을 살려 질병으로 고통을 받은 사람들에게 널리 쓰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인들이나 농민들 등 실질적으로 침뜸술을 필요로 하는 계층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요망된다.

 □ 근골격계 질환 등 산업현장에도 침뜸이 으뜸

 산업현장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근골격계 질환이다. 근골격계 질환은 일반적으로 같은 동작의 반복으로 인해서 발생한다. 노동과정은 신체의 일정한 근육과 골격을 반복해서 움직이는 과정이고, 그로 인한 근골격계의 통증은 산업현장 어디서든지 나타날 수 있다. 각종 제품의 생산현장 근로자들은 물론이고,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무노동자, 각종 서비스업 종사자들까지도 근골격계 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증상에 우리의 전통민간요법인 침과 뜸은 대단히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기혈을 소통시켜 무리가 생긴 근육과 골격을 풀어주기 때문에 치료는 물론이고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여 줄 수 있다. 비용이 건의 들지 않으면서도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침과 뜸은 산업현장에서도 훌륭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다.
 
 □ 현대적 의료현장에도 침뜸을

 우선 21세기 한국에서 침뜸이 다시 현대적 의술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현대적 의료와 전통적 의료 사이에 가로놓인 철조망을 걷어내야 한다. 한의사들이 현대적 의술을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현대 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이 침구를 배우고 익혀 의료 현장에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래 들어 세계 각국에서는 침구술에 대해 현대 의학의 다양한 검증 과정을 거쳐 그 효능을 입증하고, 진료에 적극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 현대의학계도 침구술에 진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의학을 전공한 의사는 전통의술에 접근하는 것이 원천 봉쇄되어 있다. 전통의료와 현대의료 사이에 높은 철조망을 쳐 놓고 끊임없이 침범을 감시한다. 서로가 경계선을 넘으면 고발하며 전쟁을 벌인다.
의사에게 침구는 면허 이외의 의료 행위가 되어 침구술이 아무리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도 의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의술에 경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 경계는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순전히 의료인들의 영역 다툼의 산물일 뿐이다.
의사가 침구를 활용할 수 없는 나라는 남한 밖에 없다. 서구는 물론이고 일본에서는 침구를 동양요법이라고 의사시험과목에 넣어 놓고 필수적으로 공부를 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에도 침구 전공 중의사와 중의 전공 중의사, 중서 결합의사, 서의사, 조리 의사(보조의사) 등으로 나누고 있지만 어느 경우든 침구 시술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 북한에서도 고려의사 신의사로 전공을 나누지만 모두 침구를 배워 의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의료 서비스의 개방과 함께 전통의학과 현대의학 간에 쳐 놓은 한국 의료분야의 철조망은 머지않아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침술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 현대의학으로 검증된 의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늦기 전에 의사와 한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보수교육 규정을 마련하여 제대로 된 침구교육을 실시하고 진료에 적극 응용하게 해야 한다.
의료법은 의료인을 위한 의료인에 의한 의료인의 법이 아니다.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 국민들에 의한 국민들의 의료법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동북아 중심 국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세계로 나아가려면 인간의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의료분야에서 제도적 후진성을 하루 빨리 극복해야한다.
온 나라 백성들을 위하여, 온 세상 사람들을 위하여, 이 땅의 침뜸을 하루 빨리 해방시켜야 한다!

 □ 한의학, 민간 자연요법 수렴ㆍ발전시켜야

 1950년대 국민의료법이 제정된 이후 한의학의 제도화가 시작됐다. 한편으로서는 한의과대학을 설립하고 후진을 양성하며 한의학을 체계화하는 작업이 시작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법제에 따라 기존의 의생들에게 한의사 시험을 치르고 면허를 부여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초기 한의사를 형성했던 또 다른 집단은 한약종상이다. 통계를 보면 1950년대 초에는 한의사 수의 2~3배에 달하는 한약종상이 존재했다. 그런데 한의사 검정시험 규정에 의하면 의생은 물론 10년 이상 한약판매 업무에 종사한 한약종상들에게도 시험자격을 부여하였다. 한약종상은 의료인력의 부족 때문에 정규 의료인이 없는 지역에서 약품판매업을 할 수 있도록 자격을 부여한 직종으로 진맥이나 침구시술 등 진료행위는 할 수 없고 처방집에 따른 한약의 판매만을 하는 직종으로 ‘한약방’을 운영하던 직종이다. 이들은 한약재 유통에도 관계하였기 때문에 일부 ‘성공한’ 한약종상은 상당한 경제적 자산을 형성하고 있었고 한의계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적지 않았다.
한의사 국가고시를 볼 수 있는 자격부여 검정고시에 매년 수십 명의 합격자가 배출되었던 점을 생각할 때 적어도 검정고시가 시행되었던 63년까지 수백 명의 한약종상이 한의사 자격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같은 동양의학 계열의 시술자였던 침구사에게는 한의사 자격 검정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던 점이다. 한의사 형성과정에서 침구사를 배제한 결과 이후 침구사들과의 갈등이 조성되었다.
한의사는 제도권에서 일정한 영역을 차지하고, 성장을 해 나간 반면에 침구를 업으로 하려고 하는 민간 침구인들은 무면허 침쟁이라는 사회적 위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갈수록 한의사들의 사회적 영향력은 커지고, 침구가 한방에 속한다는 보건의료 당국의 유권해석을 받아내기에 이르렀고, 대법원의 판례도 침구는 한의사의 업무영역이라는 판결도 얻어내게 된다. 그리고 한의사가 직접 정부의 전통의학에 관한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침구를 한의사의 주요업무로 편입시켜 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침구를 전수해 줄 사람이 제대로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주로 침과 뜸으로 병을 치료하는 침구인들이 전국 각지에 널리 퍼져 있었는데 이들을 제도권 내로 체계적으로 수렴해 내는 과정이 없다보니 전통침구술을 전수해 줄 사람도 형성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한의대에서 침구관련 교육은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전통 침구학에 관심이 있는 한의사들은 무면허 침구인들을 찾아다니며 침구술을 배우는 등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1990년까지 출간된 한의학 관련 석박사 논문목록을 보면 침구 관련 논문은 불과 5% 미만이다. 그렇지만 침구에 관심 있는 한의사들에 의해 침구학이 제도권 내에서 자리를 잡고 연구되고, 나름의 발전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이들이 침구를 연구하여 학문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데 한 몫을 할 중요한 인적 자원임에 틀림없다.
한의학연구원은 한의학, 한방의료 및 한약의 육성 · 발전에 관한 사항을 전문적 · 체계적으로 연구함으로써 국민보건향상에 이바지 하고자 설립된 한의학에 관한 국가 거점연구기관이다. 이 기관 내에 침구학과 관련해서는 침구경락연구그룹을 설치하고, △ 기, 경락 등 한의치료 기초이론 연구 및 실체․기능규명 연구 △ 침, 뜸 등 비약물 치료기술의 표준화 및 메커니즘 연구 △ 침, 뜸 등 비약물 치료기술에 대한 EBM․비교효능 연구 및 신(新 )치료기술 개발 △ 기타 한의 비약물 치료기술에 대한 연구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중 침구경락연구그룹은 침구경락 치료기술의 표준화․과학화를 목표로 한 침구 표준 기술 개발 사업, 민간요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다면적으로 검증해 국민 홈 케어 기술을 개발하는 민간요법활용기반구축사업 등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한의학연구원에서는 특히 제도권 내의 의료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민간의술을 포괄한 전통의료 전반에 관해 조사하고 연구하여 발전시켜나가려는 노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민간의술을 조사하여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만 이용되도록 한다면 그 한계는 뚜렷할 것이다.
한의학이 우리의 전통의술이라고 한다면 민간에서 광범위하에 전승되어온 전통 민간의술을 수렴해 내야한다. 민간요법은 거부할 수 없는 일반 백성들의 생명활동 중 하나이다.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지지하여 자연의 치유력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안내하고 지도하는 것이 보다 수준 높은 한의학이라 할 수 있다.